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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지혜

버드나무 이야기

며칠전 전남 장성의 한 마을앞 저수지. 처가집 동네의 작은 저수지.

저수지 물 경계를 알리는 듯 버드나무가 경계목으로 서있다.

새로 나온 신초와 가지가 붉은 빛인 걸 보니 왕버들인 듯

 

'버드나무 = 아스피린'  언제부터인가 버드나무 종류만 보면 이런 공식이 머릿속에 맴돈다.

 

해열진통소염제인 살리실산이 많이 있다.

요거이 매우 쓰고 위장장애가 있어서 나중에 위에 부담이 적은 아세틸살리실산이 만들어지는데

바로 아스피린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무과시험때 말에서 떨어져 뼈가 부러지자 버드나무로 다리를 감쌌단다. <== 이런 기록까지 있었을까?

암튼, 염증을 없애고 부러진 뼈가 잘 붙어 빨리 낫는 단다.

과거엔 만병통치약

 

버드나무는 가지가 낭창낭창 부드럽다는 어원에서 유래되었다.

우리 주변의 식물 중에 그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면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민들레는 문 둘레에 많이 자라고, 소의 태처럼 쓴 소태나무, 사위가 무거운 짐을 못들게 잘 끊어지는 사위질빵

물난리같은 수재를 막기위해 심었던 거제수나무, 가지를 꺾으면 노란 똥같은 수액이 나오는 애기똥풀

잎모양이 한자의 非자 비슷한 비자나무, 가시가 많아 실이 잘걸쳐진다는 실거리나무

주변에 환자가 없어진다는 무환자나무, 짚신바닥에 깔았던 신갈나무 등등등....

 

다시 본론으로...

부드러운 버드나무의 목섬유와 진통소염작용이 많은 약성을 이용하여 우리 선조들은

양지질을 하였다는데, 여기서 양지(楊枝)는 버드나무 가지. 후에 우리는 이를 양치질이라 한다.

양지를 원숭이섬 쪽바리들은 '요지'라 하는데, 이거이 이쑤시게라나?

 

음...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양치질을 하셨는지 시험삼아 해봤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일단, 손잡이와 솔부분 생각하여 두가지를 모델을 만들어 본다.

하나는 손잡이가 두꺼운 것과 다른 하나는 솔부분이 두꺼운것.

 

 

 

요렇게 이쁘게 다듬어 봤다.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

이름처럼 아주 부드러운 부들부들....버드나무니까.

 

솔 부분을 망치로 다듬었는데, 이때 두 모델 중 하나는 실패.

역시 솔부분은 부들부들하게 가는 곳을 부들부들 조심조심 때려줘야 목섬유가 잘 갈라진다.

두꺼운 가지는 일격에 두동강 나버리고.

우리 인생도 반토막 안되려면 부드럽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질긴 고기에 소주한잔 걸치고 시험해 봤다.

어떤이는 입안이 아주 상쾌해지는 경험을 했다는데... 어떤 시키여~~.

 

흠......

물론 손가락넣어서 소금으로 구강청소하는 것 보단 낫다.

치아 사이에 조금씩 끼인 음식물도 어느정도 청소가 된다.

 

그런데....

버드나무 칫솔이 끊어져 치아 사이에 간혹 박힌다. 간혹 아주 깊이....

이거 끄집어 낼때 음식물과 같이 나온다. ㅋㅋㅋ. 그럼 개운하다.

약간 쓰다. 이거이 쓴건지.. 개운한건지..

치약과 같이 아주 강한 청량감은 없지만.. 그리 찝찝하지 않을 정도임.

 

재난시대 생존법 책에 소개된 생존영화 '더 로드'

이 영화 자체의 색감이 어둡고 출연자 또한 거무튀튀하게 묘사가 되는데

특히, 이분들의 치아 상태는 모두 검정색과 갈색 물감만으로 단장을 했다.

요즘 지나가다 버드나무 보게되면 그 출연자들 치아가 머릿속에 스친다.

 

뇌에서 가까운 입안에 충치, 구내염 등 치주질환이 생기면 유사폐혈증처럼 뇌에 영향을 미쳐

생존에 필요한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고, 치매가 일찍 올 수 있다.

 

재난시대....  치약과 칫솔, 아스피린을 구할 수 없게되는 그날이 오면..

(절대 그런 날이 와서는 안되지만, 캠핑갈때 빠뜨리고 갔을 때가 오면)

나는 버드나무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