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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흔적

화려한 눈꽃의 무등산 설경속 남색아이들의 서석대 입성

 2012년 12월 22일(토)

개천절 서석대를 오르지 못했던 아쉬움으로, 다시 한번 서석대를 아이들과 도전한다. 힘들다며 자꾸만 천천히 가자며 떼쓰던 형준이 눈에 이쁜 누님들이 지나가자 갑자기 기운내서 따라 간다.

출발할 때는 없었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눈, 얼음이 많아진다. 추워지는 줄 모르고 마냥 신났다. 아직까지는 몸이 덥다.

웅장한 고드름 바위를 보자, 놀래면서 탄성을 지른다. 저런 큰 얼음은 처음 보나 보다.

점심을 먹는데, 아이들 엄마한테 걸려온 전화 한통. '추우니 애들 데리고 당장 내려오라' 명령이 떨어졌다. 어쩌지?      아이들은 그냥 달려 올라간다. 오늘은 기어코 서석대를 정복할 것이다. 주위 산행인들을 보니 거의 아이젠을 착용했는데, 우리는 아무런 안전장비가 없어 걱정이다.

서석대 입구쪽에 다다르니 점점 위험해지는 상황이라서 갈등이 생긴다. 이대로 도전할 것인지, 하산할 것인지... 하지만 아이들은 도전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초긴장의 연속이다.

걱정스럽지만 아이들의 여유로움에 힘내서 도전한다.

화이팅 !!

경사가 점점 가파라지고, 온도도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바람도 불기 시작하고 미끌어지기 일수다.

지나가는 분들이 용감하다며 화이팅을 외쳐주지만, 일부는 많이 걱정스러워 하는 눈치다.

아직 의욕, 열정 200%..  내 머리카락과 눈썹이 얼기 시작하고 냉동상태에 들어간다. 하지만 주위의 빼어난 눈꽃 절경에 강한 진통제를 맞은 듯, 지칠 줄 모르고 서석대를 향해 올라간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를 품고 있는 1,000m 이상 세계에서 유일한 고산을 드디어 올랐다. 꽁꽁 얼어붙은 무등산 서석대에서 내려다 본 절경은 이제껏 봐왔던 어떤 것 보다도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굳이 해외로 여행다닐 필요가 있을까.. 무등산이 있는데..

이제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하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려가다 서석대 전망대에서 멋지게 한컷!.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애들도 무등산 설경도.

내 머리와 눈썹에도 눈꽃이 피었고 입술은 얼어붙어 발음도 잘 되지 않는다.

멋진 눈꽃의 무등산 설경에 중독된다. 아이들에게도 멋진 경험이 된 듯하다.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었지만 무사히 안전구간으로 내려왔다.

힘들지만 막내도 이젠 제법 등산을 즐길 줄 안다. 이제 뒤로 보이는 중봉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조금전 올랐던 서석대.. 아이들을 거의 들다시피하여 내려왔다. 내몸 하나도 가누기 힘들다. 어쩌겠어. 아빠니까~

중봉 근처에 조림된 구상나무도 눈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어디선가 뽀로로가 튀어 나올 듯 하다.

서석대 근처에서는 너무 추워서 컵라면을 먹지 못하고 동화사터까지 내려와서 컵라면을 먹는다. 둘째 녀석이 서석대에서 부터 계속 컵라면을 외쳤는데, 여기서도 손시려워 다 먹진 못했다. 점심에 먹다남은 김밥은 완전 얼어버렸다. 그래도 배고픈지 다 먹어치웠음.

점심이나 컵라면 먹을 때 텐트가 필요한 듯. 2인용 그늘막 텐트면 부피도 작고, 애들과 따뜻하게 바람피해서 아늑하게 간식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이 멋진 무등산에 쓰레기버린 사람들아.. 발병나서 다신 오지 말아라.